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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해를 꿈꾸는 기자 (발꿈기) - 46회 : 교훈과 교가

19-03-14 18:2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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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2018. 12. 27. 발꿈기 35회 교훈 편
 
 
발꿈기는 지난해 12월 27일 제35회 교훈 편을 방송한 적 있습니다. 기억하시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네요.
 
그때 당시 방송했던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해드리자면 지역 대학생들과 함께 도내 중.고등학교의 교훈을 모두 조사해 알려드렸고요. 교훈은 학교의 이념이나 목표를 말하지만 개교할 때 만들어져 바뀌지 않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교훈은 50년 전에도, 30년 전에도, 작년에도 언제나 오늘 현재 시점을 사는 학생들을 지도하기 위한 지침이지만 ‘개교 당시’의 시대상이 반영돼 있다. 그래서 개교 시점에서 멀어질수록 점점 시대에 뒤처진 이념이나 목표가 된다는 말씀도 드렸습니다.
 
  • , 순결이나 어진 어머니 같은 성차별적이고 시대 착오적인 교훈에 대해 소개해드렸고, 한국전쟁 당시 개교해 신입생들을 학도병으로 내보내야 했던 어느 학교의 교훈이 애국인 것도 알려드렸고, 산업화 시대에 세워진 어느 학교의 교훈은 ‘힘써 배워 나랏일 돕자’이었던 것도 말씀드렸던 기억이 납니다. 여러분도 기억나시나요?
 
 
Chapter 2. 발꿈기 교훈편 그 후...
 
 
그런데 교훈은 그 자체가 학교의 역사고, 전통이기 때문에 바꾸기는 쉽지 않습니다. 몇 년 전 원주 모 학교 학생들이 교훈 개정 요구를 했지만 묵살당했던 소식이 알려지기도 했고, 영동지역에서도 여러 곳에서 학생들이 교훈 개정 요구를 했지만 실제 개정되지는 못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과 일부 선생님들의 요구가 학교장이나, 동문회의 반대로 매우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묵살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만큼 학교란 곳이 참 보수적이란 느낌을 많이 받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12월 27일 발꿈기 방송 이후 일부 학교들이 교훈 개정을 진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당시 방송 이후에 전화 혹은 문자메시지로 발꿈기를 학내 구성원들과 같이 들었다며 응원이 됐다는 말씀을 해주시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저희 입장에선 저희의 방송이 힘이 됐다는 그 말씀이 저희에겐 힘이 되는 것이기도 한데요. 방학 내내 교훈 개정 작업이 진행된 학교들이 있습니다.
 
 
Chapter 3. 춘천여고의 교훈 개정위원회
 
 
그들 가운데 한 곳이 춘천여고입니다. 춘천여고는 지난해 12월 발꿈기 방송을 준비하면서 교훈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는데요. 어느 학교나 마찬가지겠지만 춘천여고도 교훈 개정 과정이 녹록지 않았습니다. 교훈은 처음 제정 당시에는 다각도로 고민하겠지만 일단 만들어진 교훈은 특별한 일이 없으면 잘 바꾸려 하지 않기 때문에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보통 학생들과 일부 교사들이 문제 제기를 해도 교장선생님이 거부하거나, 교장이 승인 또는 조건부 승인을 해도 동문회에서 거부해 실제 개정으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과정에서 토론이나 의견 수렴 과정 없이 일방적인 묵살이 일어나는 경우가 생기게 마련인데요.
 
그런데 춘천여고의 경우는 교훈 개정 과정이 굉장히 민주적이고 세련되게 진행됐습니다. 우선 지난해 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한 학생들이 교훈 개정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됩니다. 그리곤 학교 측과 의견을 나누는데 이 과정에서 수석교사 한 분이 학교와 학생들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교장선생님은 동문회와의 의사소통 창구 역할을 하고, 동문회에선 총동문회장과 간부들이 기수별로 의견을 모으고 이를 학교와 교류합니다. 마침내 학생과 교사, 동문들이 참여한 교훈선정위원회가 만들어지고 지금까지 세 차례 회의를 열고, 한 차례 투표를 진행한 끝에 세 개의 최종 교훈 후보작을 가려냈고 곧 최종 투표를 통해 교훈을 선정할 계획입니다. 그리곤 오는 4월 10일 개교기념일에 선포식을 열 계획입니다. 춘천여고의 이명희 수석교사입니다.
 
- 이명희 춘천여고 수석교사 인터뷰
“1934년에 개교한 우리 학교가 개교할 당시 일제강점기였고 그 당시 식민정책에 의해서 굉장히 여성 차별적인 그런 요소가 다분히 들어 있었기 때문에 교훈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이건 반드시 우리가 어른으로서 바꿔줘야 될 가치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그 가치를 가지고 3년간 학교생활을 하라고 하는 것은 꼭 바꿔줘야 될 부분이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사실 발꿈기가 나가고 난 다음에 주변에서 교훈 개정 작업을 하는 것에 대해서 긍정적인 인식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다른 몇 개 여학교에서 개정 작업을 하다가 많은 실패를 겪었던 학교에서도 저희 학교를 주목하고 담당 선생님들께 전화가 오는 경우도 있어서 발꿈기가 커다란 역할을 해주지 않았나 하는 감사한 마음이 있습니다.”
 
- 제3차 회의가 지난 2월 25일 아직 방학 중이던 때에 열렸는데요. 제가 이 회의를 현장에서 직접 지켜봤습니다. 그런데 아직 10대인 어린 학생들과 중년의 교사들, 그리고 3월 1일 새로 부임한 교장선생님과 지금까지 교훈 개정 과정을 지켜봐온 두 분의 교장선생님, 그리고 50~60대 총동문회 간부들이 모여 정말 열띤 토론을 벌였습니다. 회의 시작 직후까지만 해도 학생들이 가장 진보적인 의견을 내고, 동문회에선 가장 보수적인 의견을 낼 것이란 선입견을 갖고 있었는데요. 막상 회의가 시작되자 동문회가 가장 진보적인 의견을 내기도 하고, 학생들이 조금은 보수적으로 보이는 의견에 동의하기도 하는 등 굉장히 흥미롭게 진행됐습니다. 회의가 끝난 뒤 소감을 물었더니 학생들은 지금까지 이어진 절차가 민주적이었다는 말을 하더라고요. 이예진 춘천여고 학생회 부회장입니다.
 
- 이예진 춘천여고 학생회 부회장 인터뷰
“이렇게 교훈 회의를 계속 하면서 교훈에 대해서도 많이 공부했고 중요성을 더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여러 분이 말씀하시는 게 다 맞게 들리는 거예요. 한 분이 말씀하시면 아! 이게 맞구나 이렇게 들리고. 또 말씀하시면 이게 맞다 이렇게 생각하고. 다 좋고 옳고 그러니까 결정하기가 어렵기도 했던 것 같아요. 어른들도 계시고 말하기가 어렵기도 했었는데 저희 의견을 다 수용해주시고 여기 있는 분들이 교훈을 만들기 위해서 다 노력하는 모습이 보여가지고 하면서 되게 만들어지면 소중한 교훈이구나 이런 생각을 했어요.”
 
민주주의를 학습하는 산 교육장의 역할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문회에도 물었는데 어린 후배들과 함께 학교의 중요한 문제를 논의하고 결정하는 과정이 축제 같았다는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어떤 교훈이 결정되더라도 그 과정이 굉장히 중요하고, 채택된 교훈을 더 애착 있게 받아들이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호순 춘천여고 총동문회장입니다.
 
- 유호순 춘천여고 총동문회장 인터뷰
“동문회에서 교훈을 새롭게 선정하는 작업에 대해서 처음에는 많은 생각들을 했습니다. 그땐 그 시대에 맞는 교훈이었다고 생각하고 지금은 새로운 시대를 맞아서 후배들에게도 좀 더 진취적이고 도전적인 그런 정신들이 필요하다고 보이기 때문에 현 시대에 맞게 교훈을 새롭게 선정해야 된다는 데 다른 의견은 없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교훈선정위원회를 구성하면서 학생 대표들하고 함께 하면서 젊은 세대들의 생각에, 이야기에 귀를 많이 기울이게 됐고 우리 아이들이 어린 아이들이 아니다. 정말 많은 생각들을 하고 생각이 깊다는 것을 느꼈고 또 후배들에게서 새로운 비전을 저희들이 본 것 같아서 굉장히 기쁜 마음으로 함께 하게 됐습니다.”
 
 
Chapter 4. 동해 예람중의 교훈 개정
 
 
동해 예람중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동해 북평여중이었습니다. 그들의 교훈은 성실, 순결, 겸양이었는데 올해 3월부터 남녀공학으로 전환되면서 지난 6월부터 자연스레 교명과 교훈, 교가 등의 개정 작업을 진행해왔습니다. 예람중은 남녀공학으로 바뀌는 바람에 교훈을 새로 만든 경우여서 자발적으로 교훈을 바꾼 건 아닙니다만 교훈 개정 과정은 예람중도 춘천여고처럼 상당히 체계적으로 진행했습니다.
 
지난해 6월 학생과 교사, 동문, 학부모까지 포함된 교훈선정위원회를 구성하고 곧바로 새 교훈을 공모합니다. 당시 지역 신문에 광고까지 낼 정도로 상당히 진지하고, 세심하게 진행됐습니다. 다양한 교명과 교훈이 후보로 접수됐고 세 차례의 회의를 거쳐 새 학교 이름과 교훈이 선정됩니다.
 
- 예람이란 뜻은 임금이나 왕이 책을 보는 행위를 말한다는데요. 임금의 위치에 오르겠다는 큰 포부를 지니고 학문을 닦는 곳이란 뜻이라고 합니다. 또, 한자 그대로 쓰면 슬기로울 예, 볼 람. 그러니까 슬기롭고 총명하게 자라서 넓은 세상을 보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 예람중의 새 교훈은 창의적인 생각, 책임 있는 행동, 꿈을 향한 열정입니다. 기존의 성실, 순결, 겸양과 비교해 어떤가요? 김미숙 예람중 교장과 얘기 나눴습니다.
 
- 김미숙 동해 예람중 교장 인터뷰
“학생들이 참여하고 학생을 지도할 교사, 그 다음에 가정에서의 학부모 우리 교육 가족 모두가 동참할 수 있는 그런 교훈을 제작하고자 의견 수렴의 과정을 학교 자체적으로 진행했습니다. 교육 가족 모두가 참여했고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점이 의미 있는 것 같습니다. 아쉬운 점도 있지만 일단은 시대적 감각에 맞는 교훈이 의미가 있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시대에 맞는, 실질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는, 아이들이 몸소 느낄 수 있는 그런 교훈을 한번 만들어보고자 노력했습니다.”
 
- 예람중은 교훈 선정 과정에 새로 들어올 남자 신입생들의 의견을 물을 수가 없어서 대신 인근의 남자 중학교인 북평중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까지 했다고 하는데요. 이 모든 과정에 아직 10대 초반인 학생들도 적극 참여했다고 합니다. 최유진 동해 예람중학교 학생회장입니다.
 
- 최유진 동해 예람중 학생회장 인터뷰
“순결 같은 단어는 현대 상황과도 맞지 않는 단어였던 것 같고 그래서 크게 와 닿지 않는 교훈이었던 것 같은데 새로 정한 교훈은 저희가 이해하기도 쉽고 뭔가 와 닿고 선생님과 학생들이 함께 정한 교훈이다 보니까 지켜야겠다는 마음이 드는 교훈이라서 친구들도 다 좋아하고 있는 것 같아요.”
 
 
Chapter 5. 동해 북평여고 교훈 개정 TF 발족
 
 
동해 북평여고도 의미 있는 한 걸음을 내디뎠습니다. 이 학교에선 지난해 학생들의 교훈 개정 요구가 있었지만 실제 교훈 개정까지 이어지지 못했는데요. 2학기에 새 교장선생님이 부임하면서 교훈 개정 논의가 시작되게 됩니다. 지난해 학생회를 이끌던 학생들이 졸업해 자칫 주요 동력을 잃을 수도 있었지만 이달 들어 TF를 발족시키는 등 교훈 개정 작업이 적극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학생들의 요구와 교사들의 도움, 탈권위적인 교장선생님이 교훈 개정의 전제 조건인데요. 북평여고도 세 가지 조건을 갖추고 새로운 역사를 만들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북평여고의 기존 교훈은 성실, 순결, 겸양으로 옛 북평여중, 그러니까 현재 예람중의 예전 교훈과 같습니다. 과연 앞으로 어떤 교훈이 새로 탄생할지 기대됩니다. 이번 교훈 개정 TF의 팀장을 맡은 조일남 선생님입니다.
 
- 조일남 동해 북평여고 교훈 개정 TF 팀장 인터뷰
“학교는 참여와 소통을 통해 인간에게 좋은 것들을 선택해 나가는 민주주의의 체험장입니다. 학교는 더 이상 미래의 시민을 길러내는 곳이 아닌 현재의 시민이 살아가는 생생한 삶의 현장입니다. 일방적이고 지배적이며 시대착오적인 것을 따르기에는 우리 학생들의 존재감이 너무 귀합니다. 학교에서 교훈 없이도 교육과 배우은 계속될 것입니다. 굳이 교훈이 필요하다면 학생들이 자신의 위대함을 발굴해내고 그 위대함을 믿고 주체적으로 당당학 도전하는 삶을 꿈꾸게 하는 교훈이 만들어지길 바랍니다.”
 
 
Chapter 6. 강원도교육청의 학교 내 일제 잔재 없애기
 
 
사실 이번 교훈 문제는 성 차별적인 교훈, 그것도 여학교의 ‘순결’이란 교훈이 촉발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여기에 어진 어머니, 착한 딸 같은 성 차별적이면서 시대착오적인 교훈이 불을 질렀죠. 서울 영파여고의 ‘고운 몸매’ 같은 교훈도 같은 맥락인데 영파여고는 지난해 교훈을 바꿨다고 제가 12월 발꿈기 교훈 편에서 소개한 적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강원도교육청이 올해 학교 내 일제 잔재 없애기 사업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2월 마지막 주에 관련 보도자료가 나왔는데요. 사실 보도자료는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사업 추진’이란 제목이었고 세 가지 추진 과제, 일곱 가지 세부 과제 가운데 여섯 번째가 바로 ‘학교 내 일제 잔재 청산 신문고 운영’입니다.
 
- 간단히 소개하면 교사와 학생, 도민을 대상으로 학교 내 일제 잔재를 접수받아 광복절에 발표하고 이를 청산하는 활동을 시작하겠다는 내용이 있고요. 일제 강점기에 졸업한 어르신에게 한글 졸업장을 드리는 내용도 있고요.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을 배급하는 사업과 교가와 교목, 교훈 등의 개정, 연병장 문화의 청산도 포함돼 있습니다. 사실 올해 도 교육청에서 하는 지역의 독립운동 관련 사업이 많은데요. 기회가 되면 다음에 더 자세히 소개하는 것으로 하고 이번엔 일제 잔재 없애기 사업에 대해 들어보겠습니다. 주순영 강원도교육청 대변인입니다.
 
- 주순영 강원도교육청 대변인 인터뷰
“학교 안에 일제 잔재가 아주 많이 남아 있습니다. 강원도교육청에서는 일제 흔적 지우기 작업을 학교 안에 남아 있는 모든 것들을 스스로 학교에서 신고하는 신고함을 만들어서 그런 것들을 적극 개정하는 작업을 밟고 있거든요. 교훈도 아마 구성원들이 합의가 되지 않으면 개정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입니다. 교훈 바꾸는 작업에 모든 구성원들이 함께 지혜를 모아서 의지를 가지고 바꿔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어느 학교에서 먼저 시작해주시고 그것이 들불처럼 이어져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맞지 않는 구시대적인 여러 가지 항목들을 학교에서 점검해서 교훈이라든지 교명, 교가 이런 부분들을 좀 우리 아이들에게 맞는 내용을 담는 것으로 개정해나가기를 희망하고요. 강원도교육청에서는 그런 작업에 적극 힘을 실어주고 강원도 전체로 뻗어나가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Chapter 7. 교가
 
 
교훈에 대한 말씀을 자세히 드리면서 교가는 자세히 다루지 못했는데요. 이번에 춘천여고 교가를 보면 ‘해륙동서’란 표현이 나옵니다. 바다와 육지와 동쪽과 서쪽이란 말인데요. 85년 전 그러니까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교가여서 그런지 우리말 표현이 아닌 것 같은 가사가 여럿 있었는데 춘천여고는 이번에 교훈을 개정하면서 교가 가사도 고치기로 했습니다.
 
제가 이 교훈을 취재하기 위해 이번에 동해 북평여고를 두 번 다녀왔는데요. 교훈을 바꾼다는 사실 못지않게 교가 가사가 참 예쁘단 생각을 했습니다. 벽에 걸린 교가를 한참 들여다보고 왔는데요. ‘동해의 맑은 물을 거울로 하여 찬란한 문화에 수를 놓았네.’ 이렇게 시작하는 교가는 강릉 출신의 소설가 신봉승 선생이 작사를 했더라고요. 쉽고 예쁜 우리말로 쓰인 가사를 늘 부르는 북평여고 학생들은 왠지 생각도 바를 거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 도내 학교들의 교훈이나 교가 말고도 교화의 뜻풀이를 순결한 여성다움이라고 표현한 곳도 있고요. 성 차별적이고, 시대착오적이고, 후진적인 학교 상징물이 굉장히 많습니다. 3.1운동 100주년인 올해 시대에 어울리는 것으로 바뀌면 좋겠습니다.
 
 
Chapter 8. 학교는 부속품을 길러내는 곳이 아니다!
 
 
다시 본질로 돌아가서 하나만 생각해볼까요? 학교는 어떤 곳인지, 학교가 어떤 곳이길 바라는지를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일제강점기 학교에선 어떤 인재가 필요했을까요? 독립운동의 역군을 길러내면 안 됐겠죠. 잘못된 사회에 도전하고, 혁신적이고 진보적인 인재보다는 순종적이고, 말 잘 듣고, 많이 배우지 못해 억압을 받아들이는 사람이길 원했을 겁니다.
 
- 새마을운동을 전개하던 60~70년대 학교에선 어떤 인재를 길러내야 했을까요? 부지런하고, 일 잘 하고, 한 명과 한 명이 모여 둘 이상의 시너지를 내는 협동정신을 강조했습니다. 성실, 근면, 단결, 협동 같은 단어는 그 당시 지어진 학교의 단골 메뉴였죠.
 
- 100년 전 학생, 50년 전 학생, 지금 학교를 다니고 있는 학생들에게 골고루 유효한 교훈은 없을까요? 꿈과 희망, 사랑과 행복, 우정 그리고 학생 한 명 한 명의 인권과 권리, 행복이 존중받는 곳이 될 순 없을까요? 학교가 저마다의 학생들이 꿈과 희망을 키우게 해주는 것을 목표로 할 순 없을까요? 성적은 1등부터 꼴등까지 나뉘더라도 그 성적순으로 행복한 삶을 살게 되는 건 아니고, 내가 행복하기 위해 친구를 이겨야 하거나 끌어내리는 게 아니라 친구와 함께 행복할 방법을 고민하는 곳이 되면 어떨까요?
 
- 21세기의 학교는 국가와 사회의 부속품 같은 인재를 길러내고, 경쟁사회를 부추기는 목표를 제시하기보다 각기 다른 꿈과 개성을 키우고, 행복하게 사는 법을 배우고, 서로를 존중하는 방식을 익히는 곳이 되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발꿈기 마흔여섯 번째 시간, 김인성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