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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의 알고리즘

사연과 신청곡
23-03-02 12:4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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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2월 내내 심사가 꼬여 있었습니다.
  땅을 산 이가 있나 수소문 해 보았지만 없었습니다. 생리통에 입덧이 얹힌듯 약오른 불편함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콕,콕, 찔러댔습니다. 늘 그냥저냥한 심드렁 표정에 작은따옴표만 가득한 죙일을 사니 남들은 알 턱이 없었죠.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누에판 가득한 누에처럼 머릿속에서 꼬물거리는 작은따옴표들 틈으로 또 작은따옴표를 들이밀었습니다.
 
1. 날씨가 한 탓 했겠죠.
  떠난 줄 알았던 겨울이가 나를 사이에 두고 봄이와 다투는게 신경쓰였습니다. 이눔의 인기란 정말... 풋. 그래서 아침나절 겨울이랑 손잡고 정오를 넘겨 봄이랑 키드득 거렸습니다. 난봉꾼의 말로가 그러하듯 추해졌습니다. 콧물에 이명에 시린무릎에 장염까지...
 
2. 이게 컸네요.
  어깨수술 후 통증이 가시지 않은 아내는 찜질을 하며 앉거나 누워 있는 시간이 많아졌고 그러던와중, 즐기지 않던 폭력적이고 선정적이고 음모가득한 OTT시리즈들을 섭렵하기 시작했습니다. 곁눈질로 훔쳐보며 못마땅했던 저는 전쟁, 지진, 지구환경, 챗봇의 우려와, <사람입니다, 고객님>, <쇳밥일지>의 책내용과 '다음소희' '위로공단' '십개월의 미래'라는 영화의 내용에 분노를 더해 떠들며 시청을 방해했습니다. 평소 튜닝된 마후라에서 터지는 배기굉음과 남편의 잔소리를 극혐하는 아내는 돌아보지도 않은 채 낮게 한마디 하더군요.
 - 여보, 이번 달 가게세 내 월급으로 메꾼거 알지요...?
 - ... 아니이~ 난 그냥... 저 화면속 시체13이나 행인5도, 촬영 후 뒷정리하는 막내스탭도 집으로 돌아가는길이 즐거울 지, 꺼벙이도 찰리브라운도 꼬마니꼴라도 짱구도 이담에 커서 실수많은 어른이 되더라도, 평화로운 지구에서 차별없이 살았으면 좋겠...
아내가 제 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순간, 헤모글로빈이 낭자한 TV속 장면이 아내의 눈동자에 반사되어 저의 가슴속으로 들어왔습니다. 말을 맺지 못한 채 얼른 자리를 피해 자리에 누웠습니다. 자는 척 끝에 잠든 잠은 온통 붉은색 악몽이었답니다.
 
3. 그나마 기쁜소식 한 가지.
 드디어 개학입니다. 530만 학생들이 웃으며 등교를 합니다. 아닌가? 등교하는 아이의 뒷모습에 엄마가 아싸!를 외칩니다. 이게 맞나? 아무튼 겨우내 입벌리고 짹짹거리는 자식들 맛난거 해멕이느라 고생들 많으셨습니다. 가끔 저의 수고를 덜어 준 편의점님과 pc방님에게도 감사를 전합니다. 개학만세! 급식만세!
 
0-0. 유난히 길고 춥게 느껴진 겨울이었습니다.
  나의 알고리즘은 도어즈와 제니스조플린을 띄웠고 북서풍에 날아가지 못한 시간들이 주저앉아 졸다 들숨으로 들어와 묵은때로 쌓였습니다. 어차피 머릿속 둥둥뜬 누에고치는 비단이 되기는 글렀고 번데기도 나비로 날긴 어렵겠지요.
그러고보니 수년 간 반경 5킬로를 벗어난 적이 거의 없네요. 주말엔 날씨도 좋다하니 일찍허니 집안 묵은때 털어내고 마음속 묵은때도 덜어낼 겸 집을 나서려 합니다. 올 봄에는 바게트처럼 굳은 혀를 움직여 작은따옴표를 큰따옴표로 만들며 살아볼까 궁리를... 아, 궁.리.금.지.
 
   * 주주클럽 - '나는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