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해를 꿈꾸는 기자 (발꿈기) - 35회 :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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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교훈 : 학교의 이념이나 목표

 

 

  • 교육은 한 나라의 백년대계라고도 하죠. 또,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도 교육열이 높기로 유명하죠. 우린 초, 중, 고, 대학교를 다니며 유아기와 청소년기를 거쳐 성인이 되고 각급 학교를 다니는 과정을 통해 학문을 배우고 익히는 것은 물론이고 사회성도 기르고 각종 규범과 교양도 익힙니다.

 

  • 저는 이 가운데 중등교육 과정인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시기 학생들은 감수성 예민한 사춘기를 경험하고 또, 공부뿐만 아니라 다양한 관계를 맺고, 다양한 분야의 교양을 쌓으며, 어른이 되기 위한 준비를 하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시기 6년 동안 청소년들이 의무적으로 다니는 중,고등학교가 어떤 것에 중점을 두고, 어떤 인재를 길러내겠다 하는 목표를 설정하는 건 매우 중요한 일일 겁니다.

 

  • 학교가 설정한 목표는 여러 가지로 보일 수 있겠지만 그 가운데 가장 핵심적이고 간결하게 표현한 게 교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교훈은 ‘학교의 이념이나 목표를 간명하게 나타낸 표어’라고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와 있습니다. 학교는 학생을 가르치고 지도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결국 교훈이란 건 ‘학생을 가르치고 지도하는 이념이나 목표를 나타낸 말’이라고 봐도 무방할 겁니다. 오늘 발꿈기에선 도내 각급 학교의 교훈에 대해 생각해볼까 합니다.

 

 

Chapter 2. 교훈은 (개교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

 

 

  • 교훈은 학교가 문을 열 때, 즉 개교할 때 짓기 마련입니다. 그리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바꾸지 않고 이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훈은 시대상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번 지으면 좀처럼 바꾸지 않기 때문에 좀 더 정확히 표현하면 개교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한다고 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 최근엔 남녀 공학으로 바뀌는 학교도 있고 행정구역 개편에 따라 새로 생기는 학교들도 있고 그래서 기존에 있던 교훈을 바꾸거나, 특색 있는 교훈을 지어 쓰는 학교들도 있습니다.

 

  • 전국적으로 보면 역사가 오래된 학교들은 100년 이상 된 곳도 있고 도내에서도 춘천고가 95년, 옛 강릉농고가 91년, 춘천여고가 85년, 옛 강릉상고가 81년, 강릉여고가 79년의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강릉고나 삼척고, 원주고처럼 5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곳도 많습니다. 따라서 교훈을 들여다보면 그 학교가 지어질 당시의 사회상을 볼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 일제 강점기에 만들어진 교훈을 지금까지 쓰고 있다면 그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새마을운동의 일꾼을 만들어내는 게 학교의 최대 과제로 삼았던 시대에 만들어진 교훈을 지금까지 쓰고 있다면 어떨까요? 교훈이란 게 지금 학교를 다니고 있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기준이 돼야 하는 건 아닐까요? 강산이 여러 번 바뀌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오히려 지금의 학생들을 지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과연 어떨까요?

 

 

Chapter 3. 도내 중.고등학교 교훈 전수조사

 

 

  • 저는 지역의 대학생 세 명과 함께 지난 일주일간 도내 166개 중학교와 118개 고등학교를 모두 합해 284개 학교의 교훈을 모두 조사했습니다. 굉장히 가슴에 와 닿는 교훈이 있었는가 하면 식상하거나 성 차별적인 교훈,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 어려운 교훈도 굉장히 많았고, 굉장히 권위적인 느낌의 교훈도 제법 있었습니다.

 

  • 지금부터 하나하나 소개해드리고 조금 뒤 저와 이번 조사를 함께 한 학생들의 의견도 들어보겠습니다.

 

 

 Chapter 4. 성 차별적인 교훈

 

 

  • 도내 학교들의 교훈을 몇 가지 종류로 나눠 문제점을 짚어봤습니다. 우선 성 차별적인 교훈이 꽤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도내 학교들 가운데 순결을 교훈으로 쓰는 학교가 8곳, 지조를 쓰는 학교가 한 곳, 어진 어머니를 쓰는 학교가 2곳이었습니다. 동해 북평여중과 북평여고, 강릉 옥계중과 강릉여고, 춘천 유봉여중과 춘천여고, 태백 장성여중과 장성여고 이렇게 8곳이 순결을 교훈으로 쓰고 있었고요. 삼척여고가 높은 지조, 원주여중과 원주여고가 어진 어머니를 교훈으로 쓰고 있었습니다.

 

  • 이런 교훈에 대해 학생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실제로 학교 내에서 교훈 개정 운동을 추진했었던 한 학생과 인터뷰를 나눠봤습니다. 

 

  • 고등학생 A양 인터뷰

“선생님들이랑 학생들 대상으로 서명운동을 진행했었거든요. 등굣길에 했었는데 550명 중에서 293명이 참여를 했었고요. 선생님들은 46분 가운데 38분이 참여를 하셨어요. 그런데 서명운동을 하는 도중에 교장선생님께서 오셔서 제지를 약간 하셨거든요. 교훈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얘길 하시면서 논의를 잠재우려고 하셨거든요. 저는 내년에 졸업이라서 올해 한 것처럼 적극적으로 주도를 하진 못할 것 같은데요. 교장선생님이랑 저번에 얘길 했을 때는 선생님께서 이번에 새로 오신 교장선생님인데 내용들을 전달받으시고 학생들 의견에 충분히 공감을 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진해보겠다고 말씀을 하셨어요.”

 

  • 그런데 교훈뿐 아니라 학교의 다른 상징물이 성 차별적인 요소를 드러내는 경우가 있는데요. 예를 들어 삼척여고의 경우 교화가 백합인데 이를 설명하면서 순결에 대해 얘기하고 있고요. 삼척 도계여중의 경우도 교화가 목련인데 여성적 순결한 기상이라고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 반대로 남학교들은 어떨까요? 씩씩, 강건, 개척, 단결, 용기 같은 교훈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남학교와 여학교에서 쓰는 교훈이 전혀 다르더라고요. 당연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실 텐데요. 중,고등학교에서는 그냥 학생으로 존중하면 될 뿐, 굳이 아름다움이나 순결, 용기나 씩씩함을 강조하고 굳이 교훈으로 삼을 필요가 있을까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Chapter 5. 시대 착오적인 교훈

 

 

  • 이런 교훈도 있습니다. ‘착한 마음으로 힘써 배워 나라 일 돕자!’ 강릉 주문진중학교의 교훈입니다. 또, 원주 상지여고의 교훈은 이렇습니다. ‘선진국가 건설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유능한 국민 양성’. 태백중학교의 교훈은 애국, 정직, 창조. 

 

  • 강릉 주문진중학교는 1951년, 원주 상지여고는 1964년, 태백중학교는 1948년에 야간학교로 시작해 1950년 정식 개교했습니다. 태백중학교 홈페이지의 학교 연혁을 보면요. 1950년 정식 개교 이후 첫 번째로 올라온 게 학생 127명이 학도병으로 지원했다는 소식입니다. 그러니까 태백중학교의 애국이나 주문진중학교의 나라 일 돕자!, 상지여고의 선진국가 건설에 이바지할 국민 양성이라는 교훈은 이 학교들의 개교 당시 시대상이 그대로 녹아 있는 거란 겁니다. 그런데 과연 2018년 오늘의 이 학교 학생들을 가르치는 지침으로 적당하다고 볼 수 있을까요?

 

 

Chapter 6. 상투적이고 한문투의 교훈

 

 

  • 도내 학교들 대부분이 상투적이고 한문투의 교훈을 쓰고 있습니다. 하긴 교훈이란 말 자체가 한문인데 어쩌면 당연하다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전체 284개 학교 가운데 한글만으로 또는 한글을 주로 쓴 교훈을 가진 학교는 78곳이었고, 한자만으로 돼 있거나 주로 한자로 돼 있는 학교는 206곳이었습니다. 교훈 가운데 가장 많은 건 뭘까요? 압도적으로 많은 게 ‘성실’이었습니다. 한자를 교훈으로 쓰는 206개 학교의 절반 넘는 무려 105개 학교가 성실을 교훈으로 삼고 있었습니다. 성실이라는 말의 뜻이 정성스럽고 참되다라는 뜻인데 한글로 참되다라는 교훈을 쓰고 있는 학교도 20여 곳에 달하기 때문에 사실상 성실은 도내 중,고교가 최고의 학생 교육의 가치로 삼고 있는 셈입니다. 그 다음은 ‘근면’으로 58곳의 교훈이었습니다. 세 번째로 많은 건 ‘창조’ 또는 ‘창의’로 53곳, 그 다음은 43곳의 교훈인 ‘협동’이었습니다. 

 

  • 이 네 가지 말곤 교훈으로 삼을 만한 게 없을까요? 굉장히 상투적이란 느낌이 들 수밖에 없는데요. 정선엔 8개 고등학교가 있는데 교훈은 이렇습니다. 고한고 - 성실, 창조, 협동, 사북고 – 성실, 협동, 창작, 여량고 – 성실, 창의, 협동, 임계고 – 근면, 성실, 창조, 함백고 – 성실, 창조, 정선정보공고 – 힘써 배우며 창조하는 사람, 나머지 2개 학교는 교훈이 한글로 돼 있는데요. 정선고 – 쓸모 있는 사람이 되자, 함백여고 – 맑고 바르고 아름다워라. 성실, 근면, 창조, 협동 이런 교훈보다 특색 있어 보이지 않나요?

 

  • 어려운 교훈도 많더라고요. 인제 원통고는 성실과 역행인데 역행이 뭐지? 하고 보니까 힘써 행동한다는 뜻이더라고요. 삼척 하장중과 하장고, 강원체중과 체고는 교훈이 뜻을 세운다는 입지 하나였고요. 원주 문막중은 입지, 홍천 내면중과 내면고, 춘천 한샘고는 입지정진, 홍천 동화중은 자성이었고, 영월 마차중은 끊임없이 학문을 연마한다는 절차탁마였습니다.

 

 

Chapter 7. 쉽고 특색 있는 교훈

 

 

  • 반면 상대적으로 쉽게 와 닿고 특색 있는 교훈도 제법 있습니다. 평창 봉평중학교는 찾는 자에게 길이 있다, 속초중학교는 나날이 지혜롭게 살자, 영월 마차고는 글로벌 세게에 적응할 수 있는 창의성과 인성을 겸비한 인재 육성, 강릉 솔올중은 바른 사람, 서로 돕는 사람, 꿈을 키우는 사람, 강릉 강일여고는 참되고 아름답고 미덥게였습니다.

 

  • 이런 교훈들이 정답이라 말할 순 없겠지만 적어도 어렵고, 권위적이고, 상투적인 느낌이 들진 않지 않나요? 아마도 교훈을 만드는 과정 역시 일방적이거나 권위적이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드는데요.

 

 

Chapter 8. 교훈에 대한 대학생들의 생각

 

 

  • 이번에 저와 함께 도내 학교들의 교훈을 전수조사한 대학생들과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 김인성 기자(이하 김) :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 학생들 : 네, 안녕하세요.
  • 김 : 교훈 찾아보니까 어땠어요?
  • 안희찬(이하 안) : 저는 찾아보니까 조금 진부한 교훈이 많은 것 같다고 느꼈고, 어진 어머니, 착한 딸이란 교훈도 있어서 조금 오래된 교훈이 바뀌어야 될 때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 이소해(이하 이) : 왜 참된 아버지, 어진 아버지 이런 건 없지만 왜 여자는, 어머니는 꼭 참돼야 하고, 어질어야 하고, 아름다워야 하고 꼭 순결이, 지조가 있어야 하고 왜 그래야 할까요? 왜 사회로 나갈 어린 학생들을 가르치는 학교에서 왜 너희는 커서 어진 어머니가 돼야 해, 아름다워야 해. 이건 약간 어린 학생들에게 강요하는 건 아닌가 싶어요. 너무 지금 사회와 맞지 않는 건 아닐까요?
  • 박현정(이하 박) : 어릴 때부터 가르침을 받을 때 차별은 나쁜 거다, 차별은 하면 안 된다고 배우는데 교육기관의 교육 목표의 기반이 되는 교훈이 성 차별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도 되는 것인지 의문이 많이 들고요.
  • 김 : 교훈이 너무 어렵다는 느낌이 들진 않던가요?
  • 박 : 대학생인 저도 모르는 단어들이 너무 많아서 이건 무슨 뜻이야? 했던 게 되게 많았거든요? 그런데 저보다 어린 중고등학생들은 이해를 못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되게 많이 들었어요.
  • 이 : 아직도 되게 딱딱하게 근면, 성실, 협동 자체를 한문으로 적어놓은 학교가 있거나 아니면 애, 의 이런 식으로 딱 하나씩만 적어 놓은 학교도 있는데 그렇게 딱딱한 한문을 쓰는 것보다 교훈인데 딱딱해! 이런 느낌이 든다기보다 우리 교훈 예쁘게 쓸 수 있네? 예쁜 말이네? 좀 더 그런 말을 쓰면 더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 안 : 학생들이 선생님들과 합의해서 개성 있고 좋은 교훈을 많이 만들 수 있는데 그렇게 바꾸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 이 : 학생들의 생각과 의견들을 반영해서 새로 좀 더 예쁘게 특이하고 개성 있고 재밌고 다 좋으니까 조금 더 구시대적인 면은 벗고 새로 바꾸면 좋을 것 같아요.
  • 박 : 바꾸는 방법이 선생님들이나 이런 분들이 정하는 것보다 학생들의 의견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란 생각이 들어서 공모전을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 김 : 이번에 저와 함께 교훈에 대해서 조사했던 학생들과 얘기를 나눠봤습니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오늘 나와주신 대학생 여러분들 고맙습니다.
  • 학생들 : 감사합니다.

 

 

Chapter 9. 교훈, 현재에 맞게 바꿀 순 없을까?

 

 

  • 어렵고 상투적인 교훈을 쉽고 개성 있고 요즘 세대에 맞도록 바꾸면 안 될까요? 서울의 영파여고는 지난 10월까지 ‘맑은 마음, 착한 행실, 고운 몸매’라는 교훈을 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고운 몸매’라는 교훈에 대해 한 언론이 시대착오적인 교훈이라며 보도했고 이후 학내 논의를 통해 결국 10월 말 ‘맑은 마음, 밝은 지혜, 바른 행동’으로 바꿨습니다.

 

  • 비슷한 문제제기가 몇 년 전 원주여고에서도 있었습니다. 원주여고의 교훈은 ‘참된 일꾼, 착한 딸, 어진 어머니’입니다. 수동적이고 시대에 맞지 않는 여성상이라며 학내에서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총동문회에서 학교의 역사를 훼손하는 일이라며 반대해 결국 교훈을 바꾸지 못했고 이 과정이 최근 발행된 ‘훈의 시대’라는 책에 실려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또, 동해 북평여고에서도 올해 비슷한 문제제기가 있었습니다. 북평여고의 교훈은 성실, 순결, 겸양입니다. 이 가운데 순결에 대해 학생들이 바꾸자고 했던 거죠. 하지만 역시 총동문회의 반대로 바뀌지 못했습니다. 

 

  • 올해 춘천여고에서도 이런 문제제기가 있었습니다. 춘천여고의 교훈은 성실, 순결, 봉사거든요. 그런데 춘천여고는 다른 학교들과는 달리 교훈 개정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그 과정이 굉장히 민주적이고 의미 있다고 생각해 좀 자세히 소개할까 하는데요. 학생회장에 출마한 학생이 순결이 들어간 교훈 개정을 선거 공약으로 내세운 뒤 당선됐고요. 이후 학교 측에서 학생, 동문회, 교사 12명으로 구성된 ‘교훈개정위원회’를 발족시킵니다. 학생과 동문회, 교사들의 의견을 골고루 설문조사했고 내년에 입학하는 신입생들을 포함시켜 4월 10일 개교기념일까지 교훈을 개정하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문제제기도 적절했지만 해결 과정이 굉장히 민주적이죠? 춘천여고의 수석교사인 이명희 선생님과 인터뷰를 나눴습니다.

 

  • 이명희 춘천여고 수석교사 인터뷰

“저는 여기 동문이면서 교직원이면서 또 학부형의 입장에서 아이들에게 어떤 모토를 주고 세상을 살아가게 해야 할까 고민을 하면서 교훈에 대해 많이 기사도 읽고 공부를 하게 됐어요. 그런데 이 교훈이 그 학교가 개교할 당시의 사회적 배경을 너무나 반영하고 있다는 걸 알았어요. 저희 학교가 1934년도에 개교를 했으면 일제강점기거든요. 모든 학교 행정이며 모든 것들이 일본 사람들에게 검열을 받아야 될 때였기 때문에 더욱 식민정책으로 인해서 전통적인 여성상을 강조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드는 거죠. 그 당시에 진취적인 여성이라든가 용기라든가 이런 얘길 한다면 제2의 유관순이 또 나왔겠죠, 많이.” 

 

  • 일제강점기에 개교한 85년 된 학교의 순결이란 교훈. 그게 왜 문제인지 와 닿는 말씀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 최근 나온 ‘훈의 시대’라는 책에서 교훈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한 김민섭 작가와도 인터뷰를 나눴습니다. 이 책은 교훈, 가훈, 사훈 같은 다양한 ‘훈’에 대해 다뤘는데 제가 정말 재미있게 읽었고 또 많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 김민섭 작가 인터뷰

“사실 교훈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것들이잖아요? 그런데 그것들을 한번 다시 들여다보게 되면 아! 이것이 과연 이 시대에 알맞은 훈인가 모두가 고민을 하게 될 것 같아요. 어느 시대에는 올바르다고 생각되지만 어떤 시대엔 그것이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되는 단어들도 있기 마련이거든요. 그러니까 여성에게 순결이나 정숙함을 강조하는 그런 시대는 분명 있었잖아요? 하지만 지금의 시대는 그런 단어들보다 조금 더 여성을 잘 나타낼 만한 그런 단어들이 있을 것이고 학생들을 반드시 여성이나 남성이 아니더라도 공부하는 한 학생으로서 규정하고 존중할 수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다는 것이죠. 우리가 이 시대에 맞게 그들에게도 적당한 언어를 제시하는 것이 옳지 않은가. 그리고 그것의 우리의 의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Chapter 10. 교훈, 권위를 벗고 민주를 입었으면...

 

 

  • 제가 이번 교훈을 취재하면서 생각한 건 ‘학교는 일방적인 가르침의 공간인가?’입니다. 딱딱한 교훈 자체도 그렇고 쉽게 바뀌지 않는 구조도 그렇고 학교가 굉장히 권위적이란 느낌을 갖게 됐는데요. 한국전쟁 시기에 문을 연 학교의 교훈이 애국인 것, 새마을운동으로 잘 살아보세를 외치던 시기에 문을 연 학교는 성실, 근면, 협동으로 나라를 위해 일할 일꾼을 길러내는 게 중요한 가치였다는 게 보였습니다. 학교에서 꿈과 끼를 키우고 배움의 주체가 되는 학생 하나하나를 존중해줄 그런 교훈을 정할 순 없을까요? 학교와 선생님, 동문들, 학부모까지 학교의 구성원들이 뜻을 모아 정할 순 없을까요? 

 

  • 현직 교사 한 분과 나눈 말씀을 짧게 소개할까 합니다. 선생님 성함과 학교는 밝히지 않겠습니다.

 

  • B 교사 인터뷰

“애들은 앞서가는 생각을 하고 개선하려고 하는 의지가 있는데 교사들은 그제서야 어! 우리 학교 교훈이 이거였지? 이렇게 인식을 하실 정도더라고요. 그래서 그것도 정말 놀라웠고 문제의식이 전혀 없으신 것 같더라고요. 순결의 의미를 협의로 해석했을 때와 폭넓게 해석했을 때 두 가지 의미가 있을 수 있는데 교장선생님께서는 폭넓게 해석했을 때 이렇게 좋은 의미인데 왜 바꿔야 되지? 이해할 수 없어. 이런 태도셨거든요.”

 

  • 21세기 첨단 세상을 살고 있지만 학교는, 그리고 교훈은 여전히 새마을운동 시대에 머물러 있는 것만 같아 아쉬운 시간이었습니다. 교훈을 바꾸려는 시도가 민주적 절차에 따라 진행된다면 결과가 더 소중할 텐데 실제론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많은 학교들이 교장이나 동문회의 뜻이라며 학생들과 교사들이 모은 뜻을 논의조차 하지 않는데 이건 폭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마지막으로 카카오톡에서 ‘발꿈기’를 검색하시면 더 쉽게 ‘발꿈기’를 접하실 수 있다는 말씀 드리면서...

 

  • 지금까지 발꿈기 서른다섯 번째 시간, 김인성이었습니다.

취재 : 김인성

편집 : 김성춘

디자인 : 박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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