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해를 꿈꾸는 기자 (발꿈기) - 48회 : 혈액암 치료 기술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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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암 그리고 혈액암

 

 

  • 가족이나 친지, 친구를 암으로 잃으셨거나, 혹은 지금 암을 앓고 있는 경험을 하시는 분들이 아마 많으실 겁니다. 저 역시도 친지 몇 분이 암으로 돌아가셨고, 지인 중에 지금 암을 앓고 계신 분도 있습니다. 언젠가부터 암이 참 흔한 질병이 됐지만 아직도 암은 걸리면 죽음의 공포로 환자와 가족들을 질리게 만드는 굉장히 무서운 병으로 각인돼 있습니다.

 

  • 특히, 혈액암은 더 그런 것 같습니다. 혈액암 하면 많은 분들이 백혈병을 떠올리실 겁니다. 백혈병은 우리 몸에서 피를 만들어내는 기관인 골수의 정상 혈액세포가 암세포로 바뀌어 증식하는 암입니다. 백혈병 세포는 무한 증식하며 정상 백혈구나 적혈구, 혈소판의 생성을 막고 정상 혈액세포 수를 줄입니다. 더 무서운 건 아직 백혈병이 왜 생기는지 알지 못한다는 건데요. 골수에서 나온 백혈병 세포들은 온몸을 도는 혈액을 타고 전신에 퍼지고, 몸 곳곳에서 암을 유발합니다.

 

  • 그런데 혈액암에는 백혈병만 있는 게 아니라 급성 림프모구성 백혈병, 다발성 골수종,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 림프종, 재생불량성 빈혈, 골수이형성증후군, 만성 골수성 백혈병, 급성 골수성 백혈병, 호지킨 림프종, 고립성 골수종, 비호지킨 림프종처럼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 혈액암들은 하나같이 원인도 알 수 없고, 치료도 쉽지 않아 많은 환자와 가족들을 고통스럽게 하고 있습니다.

 

 

Chapter 2. 혈액암 증상과 치료

 

 

  • 혈액암은 대부분 말초혈액의 적혈구, 백혈구 수, 혈소판 수의 변화로 인해 발생합니다. 특히 백혈병은 초기에 빈혈로 인한 피로, 쇠약감, 안면 창백이 있고 혈소판 감소로 쉽게 멍이 들거나 코피, 잇몸 출혈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또 백혈구의 저하로 쉽게 감염이 될 수 있어 열이 자주 나고 식욕부진과 체중감소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다발성 골수종은 환자의 20%는 증상 없이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으며 중년 및 노년층에서 원인이 확실하지 않은 빈혈이나 콩팥기능 이상, 뼈 통증, 골절 등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 대부분의 혈액암은 몸의 다른 부위 이상으로 검사를 받다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목 아래, 겨드랑이, 사타구니 등에서 멍울이 딱딱하게 만져지고 커지는 경우에는 반드시 악성림프종을 감별하기 위해 림프절 조직검사를 해야 합니다.

 

  • 혈액암은 대부분 항암화학치료를 시행합니다. 때에 따라 골수이식수술이나 국소적인 방사선 치료, 국소적인 수술을 시행합니다. 또, 다양한 표적 항암치료제의 개발로 인해 치료율이 개선됐고, 하루 한번 먹는 약으로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유지하기도 합니다. 

 

  • 어제 일본에선 노바티스의 신형 암 면역요법제인 ‘킴리아’가 승인됐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이르면 오는 5월 혈액암 치료에 ‘킴리아’를 쓸 수 있을 거란 전망도 나왔습니다. 킴리아는 환자의 면역세포에 유전자 조작을 해 암세포에 대한 공격력을 높인 뒤 체내에 다시 주입하는 방식의 치료제입니다. 인체의 면역력을 응용한 면역치료법인 건데 한계가 몇 가지 있습니다. 첫째는 ‘킴리아’는 급성 림프성 백혈병 등 일부 혈액암 환자 가운데 기존 치료법으로 효과를 볼 수 없었던 사람만을 대상으로 합니다. 임상 시험에선 투약 환자의 80%에서 암 세포가 완전히 사라졌다는 보고도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전체 암 환자의 2% 안팎만이 투약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둘째, 치료비가 매우 비쌉니다. 미국의 경우 약 48만 달러, 우리 돈으로 6억 원 가량을 한번 치료에 써야 합니다. 제가 어제 보도가 나온 ‘킴리아’의 예를 들었지만 최근 나오는 치료제는 대부분 극히 일부 암 환자만을 대상으로 할 수 있고, 비싸다는 단점을 안고 있습니다.

 

 

Chapter 3. 세계 최초 혈액암 유전자 치료 기술 개발

 

 

  • 그런데 최근 한국과학기술연구원, KIST강릉분원에서 세계 최초로 혈액암 세포만을 골라 죽이는 유전자 치료 기술을 개발해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KIST 강릉분원 천연물인포매틱스 연구센터 최기영 박사팀과 미국 메사추세츠 공과대학, MIT 암센터의 폴라 해몬드 교수팀의 공동 연구로 탄생한 이번 혈액암 유전자 치료 기술의 원리는 이렇습니다. 혈액암 세포의 성장과 사멸에 핵심 역할을 한다고 알려진 BCL2라는 유전자가 있습니다. 이 유전자에 RNA 간섭이란 기술을 이용하면 혈액암 세포 내의 BCL2 유전자 발현을 억제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혈류를 따라 순환하는 혈액암 세포를 추적하려면 엄청나게 많은 양의 제어물질이 필요했고, 이를 위해 혈액암 표적화에 유용한 PLGA라는 고분자 나노입자와 천연물에서 유래한 여러 성분을 겹겹이 코팅한 뒤 혈액암 표적 물질을 입힌 유전자 나노복합체를 개발해 실험한 결과 성공을 거뒀습니다. 그냥 세계에서 처음으로 혈액암 세포만을 골라 죽이는 유전자 조작 기술과 나노기술을 활용한 원천 치료기술을 개발했다고 생각하시면 쉬울 것 같습니다.

 

  • 이번 연구는 KIST 최기영 박사와 MIT 암센터가 지난 2014년 이후 5년여의 시간을 들인 끝에 성과를 거뒀으며 세계적인 학술지인 ‘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오늘자에 게재됐습니다. 최기영 박사에게 이번 연구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 최기영 KIST 강릉분원 천연물인포매틱스 연구센터 선임연구원 인터뷰 

“기존의 아주 대표적인 방법은 혈액암의 아주 독성을 띠는 물질을 집어 넣어서 그 독성을 통해서 혈액암 세포를 죽이는 기법인데요. 그게 항암요법인데요. 가장 큰 문제가 암세포뿐 아니라 정상 세포도 모두 죽인다는 거죠. 두 번째 대표적인 방법은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면역치료제입니다. 혈액암 세포를 되도록 신체 내 면역세포들이 잡아먹도록 유도하는 방법인데요. 3~4%의 환자만 작용을 하는 경우도 있고. 모든 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는 기술로서는 사용되기 어려운 단점이 있는데 유전자 치료제라는 것은 혈액암 세포에 있는 특정 유전자를 변형시킨다든지 제거한다든지 분해시키거나 교체함으로써 치료하는 방법으로 효과적으로 유전자 치료제가 세포 안으로 들어갔을 때엔 예외 없이 거의 대부분의 암 세포들이 사멸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에 이 기술이 완전히 확립된다면 효과적인 치료제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희가 MIT랑 공동 연구로 진행한 이번 연구는 정상 세포에 미칠 수 있는 작은 부작용까지도 더 줄일 수 있도록 적어도 1/40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특정 유전자 칵테일을 개발함으로써 부작용을 줄이고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기술로 개발됐습니다.”

 

 

 Chapter 4. 희망적이지만 지나친 기대는 금물 

 

 

  • 앞으로 이번 연구에 함께 참여했던 존슨&존슨의 제약회사인 얀센과 같이 연구할 계획도 있다고 하는데 최대한 빨리 임상 단계로 나아가길 기대합니다.

 

- 이번 연구가 실제 인체에 적용되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릴 텐데요. 하지만 이런 원천 기술을 다양하게 활용한다면 전세계 수많은 혈액암 환자들에게는 희망이 될 겁니다. 이번 유전자 치료 기술이 여러 가지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는데요. 하지만 당장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또 그러려면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 아직 알 수 없기 때문에 경계도 필요해 보입니다. 판철호 KIST 강릉분원 천연물인포매틱스 연구센터장에게 들어봤습니다.

 

- 판철호 KIST 강릉분원 천연물인포매틱스 연구센터장 인터뷰

“이미 암을 치료할 수 있는 약물이나 유전자는 알려진 것들이 많거든요. 그런데 일반적으로 썼을 땐 정상 세포에도 영향을 줘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암세포만을 특별히 표적화할 수 있는 그런 기술이 필요하고, 이 경우에도 항체와 나노복합체를 이용해서 암세포만을 표적화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기 때문에 향후 실제 임상까지 해봐야겠지만 암 치료에 또 다른 새로운 방식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혈액암 중에 백혈병 같은 경우엔 글리벡이란 치료제가 개발돼서 인류에 희망을 줬었는데 그 경우에도 사실은 모든 백혈병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은 아닌 것으로 나중에 판명된 것처럼 지금의 기술도 난치성의 암에 대해서 적용 가능성을 두고 연구를 했지만 실제 이게 임상에 적용됐을 땐 얼마만큼의 파급 효과를 가질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Chapter 5. 다양한 연구 진행 중인 KIST 강릉분원

 

 

  • KIST 강릉분원엔 모두 3개의 센터가 있습니다. 이번에 새로운 혈액암 유전자 치료기술을 개발한 천연물인포매틱스 연구센터와 스마트팜 융합 연구센터, 천연물 소재 연구센터가 있는데요. 지난 2004년 이후 15년여 동안 연구를 진행해온 KIST 강릉분원은 그 동안 다양한 성과를 냈습니다. 대관령 일대에서 자생하는 식물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다양한 의약품이나 식품을 개발한 ‘대관령 프로젝트’라는 게 있었는데요. 이고들빼기란 식물에서 간에 좋은 성분을 찾아냈던 성과가 있었는데 이게 최근 마지막 단계의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는데 곧 상품화할 거라고 하고요. 눈 건강에 좋은 천연물도 찾아냈고, 치매 치료에 효과를 보일 것으로 기대되는 제품도 곧 나올 예정이랍니다.

 

- 최근엔 관심을 끄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요. 대표적인 두 가지를 소개할까 합니다. 하나는 스마트팜인데요. 우리의 농업 환경에 첨단 기술을 접목하는 것으로 KIST 강릉분원 안에는 스마트팜 건물이 아예 따로 있어서 여러 가지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양중석 스마트팜 융합 연구센터장에게 들어봤습니다.

 

 

- 양중석 KIST 강릉분원스마트팜 융합 연구센터장 인터뷰 

“외국에 비해서 값싼 가격에 식물의 스마트팜을 재배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그런 사업을 추진해왔습니다. 지금 구축된 것을 바탕으로 실제 천연물이나 기능성 식물에 적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습니다. 

- 반대하는 목소리들 나오는 거 어떻게 생각하세요? 연구하시는 입장에서?

농민들이 그것을 적용할 수 있거나 실제로 진행해봤을 땐 매우 좋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처음에 스마트팜을 적용하는 데까지 높은 장벽이 있기 때문에 적용하지 못할 뿐이지 적용하는 농가에서는 매우 만족감이 높은 상황입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개별 농민들이 스마트팜을 이용할 땐 큰 만족감을 갖고 좋은 방향으로 나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 또 하나는 광 반응 천연물 연구인데요. 빛에 반응하는 천연물의 성질을 이용해 치료나 건강 기능 식품 등에 활용한다는 겁니다. 권학철 KIST 강릉분원 인포매틱스 연구센터 책임연구원입니다.

 

- 권학철 KIST 강릉분원 인포매틱스 연구센터 책임연구원 인터뷰

“식물은 광합성을 합니다. 빛을 이용해서 물질을 만들어내는 식물만의 특성이 있는 거죠. 그런 광반응 물질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 최근에야 가능해졌어요. 빛을 쬐면 약효를 나타내고, 빛을 끊으면 약효가 사라지면서 전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없게 만드는 거죠. 딱 원하는 부위에서만 물질의 약효를 활용하고 원하는 강도를 약효가 나타나게 조절할 수 있어요. 그게 광반응 천연물로 가능하고요. 예를 들면 위암을 치료할 때 내시경으로 약물을 처치를 하고 내시경으로 빛을 쬐면 빛이 닿는 부위에만 항암 작용을 나타내는 거예요. 그래서 위암이나 대장암을 치료할 때 사용할 수 있고. 두 번째는 건선 같이 의약품이 전혀 없는 과면역질환에서 광반응 천연물을 바르고 거기에 빛을 쬠으로써 과도한 면역 반응을 그 부위에서만 싹 없애는 거죠. 그리고 포토 본딩이란 기술이 있는데 그 물질을 바르고 빛을 쬐면 찢어진 피부가 서로 붙는 거죠. 영화에서나 나오는 얘기죠. 그런 게 이젠 가능할 정도로 기술이 발전한 거죠.”

 

 

Chapter 6. 하루 빨리 암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길...

 

 

  • 저는 20년쯤 전에 조혈모세포 기증 동의를 했었는데요. 10년쯤 전에 유전자가 90% 이상 일치한다며 어린 백혈병 환자를 위해 검사를 해달라 하더군요. 집으로 간단한 혈액검사 키트를 가져와 혈액을 채취해 갔었는데 안타깝게도 일치율이 낮아 끝내 조혈모세포 이식술을 하지는 못했습니다. 상대의 신원을 알 순 없었습니다만 그 어린 환자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여러 번 생각했습니다.

 

  • 지금도 혈액암뿐 아니라 많은 암 환자와 가족들이 우리 주변에 살고 있습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여러 가지 치료를 하고 있을 텐데요. 이번에 KIST 강릉분원에서 개발한 혈액암 세포 표적화 유전자 치료 기술이 조금이라도 빨리 환자들에게도 도움 되길 기대합니다. 또, KIST 강릉분원이나 다른 많은 연구기관의 연구자들이 여러 가지 암 환자들을 도울 수 있는 연구를 더 많이 진행하고, 성과도 더 많이 내주길 바랍니다.

 

- 지금까지 발꿈기 마흔여덟 번째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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