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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추억 이야기

사연과 신청곡
21-04-11 20:4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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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전에 TV에서 영화 소개해주는,
1시간 넘는 영화를 5분만에 요약해주는 프로를 봤는데요,

영화관, 극장 추억이 새록새록.
 
 

어린 시절에 할머니 손잡고 동네 극장에 몇 번 갔었던 기억이 있는데요,
지금도 그 분위기와 느낌이 남아있습니다.
할머니께서 극장 영화 보러갈까? 라고 말씀하시면
마치 어른들만 갈 수 있는 곳에 나도 가볼 수 있겠다라는 호기심.
깜깜한 극장에 들어갈 때의 무서움과
할머니 손을 꼭 잡고 좌석을 찾아갈 때의 설렘.
14인치 TV 브라운관 영상과 사운드와는 너무나 다른 신세계.
영화가 끝나고 할머니와 함께 동네 시장에서 장을 보면서
사주시던 갓 튀긴 오뎅(즉석 어묵), 떡볶이, 케첩 1줄 바른 핫도그.
어린 시절의 극장은,
영화 내용은 잘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깜깜한 극장의 좌석을 찾아갈 때의 설렘과 무서움,
꼭 잡은 할머니의 따뜻하면서 건조하고 거친 손바닥 느낌,
그리고 시장에서 먹었던 간식들.
이정도입니다.

연애 시절의 영화관은,
말 그대로, 극장은 단지 거들 뿐.
영화 내용은 전혀 중요하지 않아요.
이번 주말에 영화 보자. 표 예매해놨어.
영화 보고 맛있는거 먹으러 가자.
신작 개봉했다는데 오늘 볼까?
극장 새로 생겼는데 한번 가보자.
군중 속의 외딴 섬이라고 할까요.
그녀와 함께 손 꼭 잡고
팝콘이랑 콜라 서로 먹여주면서
영화 장면 순간순간마다 서로의 느낌을 조용히 속삭여주는
닭살 커플.
매 주말마다, 없는 영화도 찾아가면서,
어떻게든 그녀와 주말에 한 번이라도 더, 오래 만날까.
연애 시절의 극장은 그런 존재, 그런 수단이었습니다.
요즘도  아내와 함께 TV에서 옛날 영화를 볼 때면 아내가 가끔 이런 말을 합니다.
"야! 너 이 영화 나랑 처음 본거 맞아?"
전지현 그녀 강림하신줄!

아이가 아장아장 걸어다니고
TV 어린이 프로를 보여달라고 조르기 시작할 때 즈음부터는,
주말마다 아이 손 잡고 극장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이침밥 간단히 먹고
오전에 영화보고 나오면 점심시간.
특별하거나 비싼 메뉴는 아니지만
시내 번화가 극장 주변의 식당에서 가족 점심을 먹곤 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경험이 중요함을 새삼 느꼈습니다.
초등학교 고학년, 중학교 입학 즈음부터는
또래 친구들과 그들만의 시내 구경과 외식을 하고
새로운 맛집도 찾아다니면서 잘 돌아다니더라고요.
"아빠, 내일 친구들이랑 영화보고 밥먹을건데 용돈 주세요."
"응, 그래. 일찍 들어와. 저녁은 집에서 먹자."
그렇게 아이는 부모 손을 떠나기 시작하고,
청소년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저 나름대로는 영화  참 많이 봤다고 자부하지만,
정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영화 내용이 아니라
이 영화는 누구랑 봤었지
이 영화 볼 때 참 힘들었는데
회사 문화의 날에 같이 영화 봤던 그 친구는 지금 뭐하고 있을까

TV에서 영화 다시보기 프로를 볼 때,
라디오에서 영화 프로 들을 때, (지금은 새벽 시간대에 해서 매우 아쉽.)
철리극장에서 영화 얘기 나올 때,
저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귀가 쫑긋쫑긋
그리고 문득문득 그 때가 생각납니다.
 
 

얼마전에 하하호호님 극장에서 영화 보셨다고 해서,
부럽기도 하고 옛날 생각도 나서
긁적거려봤습니다.

연인이든, 가족이든, 친구이든 간에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같은 곳 같은 것을 바라본다는 것

아름다운 일인 것 같네요.

휴일 남은 시간, 알차게 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