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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석합니다

사연과 신청곡
17-06-16 17: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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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집 주위엔 길고양이 두마리가 영역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동네에 존재하는 길고양이야 셀 수 없이 많겠지만, 저희집 주변을 자신들의 영역으로 삼고 다른 놈들의 접근을 전혀 허락하지 않는 건달같은 놈들입니다.
 
누구나 다 그런건 아니겠지만, 길들여 보고 싶다는 제 호기심이 이 녀석들과의 관계의 시발점이었습니다.
파블로프의 개 실험으로 알려진 조건반사를 일으키기 위해 매일 오후 5시~6시 사이에 밥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보름쯤 지나니 약간의 접근을 허락했고, 한달쯤 보낸뒤엔 먹을것을 줄땐 만져도 괜찮은 사이로 발전했습니다.
게다가 매일 5~6시경이면 어김없이 귀여운 고양이 두마리가 정해진 자리에 나타나니 괜히 뿌듯한 만족감에 즐거워지더군요.
그렇게 전 충분히 만족했는데... 문제는 이 두 건달놈들은 만족을 모르는 녀석들이었다는 겁니다.
이 녀석들과의 관계를 떨쳐내기 위해 밥을 안주기로 맘을 먹고 모른체 했지만, 하루도 빠짐없이 정해진 시간이 되면 제가 밥을 줄 때 나타나는 문을 보며 울어댑니다.
그래도 모른체 했습니다.
사흘쯤 지난뒤 아무생각없이 그 문을 열었더니 쥐가 한마리 놓여있었습니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녹색창에 확인해보니 고양이가 절 동료로 생각하고 있거나, 무능한 사냥꾼으로 여긴다고 하네요.
그 어느 이유라고 해도 생각하게 만들더군요.
밟아온 세월만큼 다양한 관계속에서 삶을 살고 있으면서도, 과연 누가있어 이렇게 날 생각해주고 있을까? 라는 의문속에, 그래도 이만큼 절 생각해주는 존재가 있다는게 마음을 흔들었습니다.
호기심이란 불온한 맘으로 관계를 시작한 스스로가 안타까웠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오늘도 두 건달녀석들이 울어댑니다.
이럴줄 알았으면 시작하지 말았어야했는데... 이 건달놈들이 절 완전히 집사로 길들였나봅니다.
전 사료를 들고 나가야겠습니다.

신청곡 : 조영수 - 모르죠
           김현성 & 이소은 -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