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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생각하고 미리 써둡니다

사연과 신청곡
19-12-16 14: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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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짱님의 글을 보니 한 십 년 후(노인이 되기 전)
혹은 만에 하나를 대비해
쓸 글을 미리 써두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씁니다~
 
여보, 내가 아직 책을 내지 않아
몇 푼 없지만...
내 소유의 모든 재산은 나를 위해 함께 살아 준 당신에게 주고
어디 구석구석 숨겨 놓은 5만원권 비상금은 아빠 선물이다하고
아라에게 주길 바랍니다.
 
치매 걸리면 일단 노력을 해보겠지만, 
계절이 바뀌어도 나아지질 않고
가족을 힘들게 하거나 한번이라도 난폭해지면
바로 요양원에 넣어주시고 한달에 한번은 꼭 손을 잡아주세요.
(아라는 바이올린 연주를 해주면 좋겠다~)
 
어쩌다 피하지 못한 큰 사고로 의식을 찾지 못하면
최선을 다해 미로를 풀어보겠지만,
보름 이상 기다리지 말고 
실종되면 1년 만 기다리고는 나를 지워 주세요.

알다시피 나는 주삿바늘도 무서워해서 
자살 따위는 하지 않으니
혹시 그런 일 있으면 내 경찰 친구들에게 범인을 꼭 잡아 달라고 하세요.
덧붙여 당신과 아라를 두고 
아무리 제 딴에 서운한 게 있고 삐지거나 어디 빠진다 해도 
세부에서처럼 1일 이상 전화 안하는 일 없으니
국내외 출장에서 하루 이상 연락 없으면 바로 실종 신고도 넣으세요~
 
평소에 마음은 그랬어요.
더 멋진 남자이자 아라의 아빠이고 싶은데,
최근 당신 생일에 쓴 손편지처럼
게으르고 당신에게 많이 의지해서 미안해요!
이제는 티 나게 바뀌려 하고 있으니
남은 생은 내가 아들같은 남편이 아니라, 
든든한 남자다운 남편이 되도록 더 속도를 낼게요!
 
이참에 이 악물고 살도 꼭 빼서
채팅 시절과 군대 시절 어필했던
부산 3대 미남의 면모를 꼭 다시 보여 줄게요.
 
또 논 만큼 일도 더 오래 해서
당신보다 더 많은 연금 수령액을 받게 되면
그때서야 다시 뺀질뺀질, 우쭐거려 볼까 하오^^
 
약속!
 
마지막으로
우리가 믿는 그분이
나의 세 가지 소원을 묻는다면...
마지막은 
다음 생애도 당신에게 고백하게 해달라는 거죠.
물론 당신이 허락해주신다면 말이죠~
 
정말 당신 덕분에
최고의 인생을 살았습니다
 
고맙습니다!
 
 
*신청곡은 정승환의 '십이월 이십오일의 고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