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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오발_엎어치기가 필요해

사연과 신청곡
20-01-19 23:5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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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절 유도를 배우며
되치기와 누르기로 이기는 게 아닌,
엎어치기로 한판을 따내는 것이
그날 훈련의 작은 바람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훈련이 끝나면 술을 마시고
취한 친구가 있으면 업어서 택시나 집까지
데려다줬는데, 너무 힘들어서
가방을 들어줄
친구가 없으면 손사래를 쳤다.
(깰 때까지 마시자!)
오늘의 오프닝에 나의 첫 반응은
'리디 누군가에게 업히고 싶거든
술을 말지 마요~'부터
'드라마가 참 여러 허리 보내버리는군...',
'리디가 가볍나?, 마우스 대비 체격 분석을 하면
54kg 나가 보이던데...'로 이어지더군요.
그러다
첫 곡이 끝나고
업는 것으로 (서로) 통하는 것까지 얘기하던데,
떠오르는 뭔가, 아라가 사춘기가 되면
특히 궁금해할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옛날, 중경삼림을 보고 성실하게 순찰 도는
경찰관이 되고 싶던 한 호리호리한 대학생이 있었다.
무술 과목으로 유도를 배우고 있었으며
대련 연습을 하면 자신 혼자 상대 진영의 8명을
다 쓰러뜨리는 전설을 가졌지만,
그에게는 친한 누나가 생겨 공부는 늘 뒷전이었다.
누나와는 인터넷으로 만나서
미래의 직장생활에 대해 궁금해하고
직딩들 유머에 무릎을 '탁' 치고
영화보다 영세한 문화로만 생각한 연극을
대학로에서 처음 관람했을 때,
태어나 가장 큰 손뼉을 쳤다.
누나가 '다음에 만나면 이거 구경하러 갈까?'하면
부산에 살던(지금은 대구) 그는
'(야 서울에 이런 것도 있네요!)궁금해요!' 하며
따라다니고 따라가서는
대딩들 문화와 친구 얘기, 캠퍼스 안에서
간혹 보고 듣는 영화배우를 얘기하고는 했다.
(전지현, 홍경인, 홍진경, 이정재)

어느 눈 내린 다음 날이었다.
그는 전날 내린 눈 때문에 못 만난
누나와 서로의 집 중간에 있는 경희대 인근에서
저녁 약속을 잡았다. 식사를 마치고는
건물보다 숲이 많은 그 캠퍼스를 돌았다.
그곳은 다양한 수종의 나무가 분포해 있어
바람이 불면 어느 한 구역의
나뭇잎 위 눈이 떨어졌는데,
마치 연극 무대 한 곳에 눈 내리는 날씨가
연출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곳에 가니 또
어딘가 물 흐르는 골짜기 소리가 들리고
이끌리듯 아담한 다리를 지나니
오래된 학과 건물과
그 앞 작은 공연장이 있었다.
그는 그간 좋은 연극과 공연에 취해 있어서
술잔이 빈 것을 참지 못하듯
무대에 올라 누나 앞에서 노래와 춤을 풀었다.
뭐였는지는 그는 기억을 못 한다.
중요한 건 그다음이었기 때문이다.
 
밤이 깊어질 무렵
그는 누나를 집까지 데려다주고 싶었고
누나는 '자신은 힘이 세니 괜찮다.'고 했다.
사실 그와 누나 사이의 연애 가능성은
결혼 생각 없고 졸업 후 진로가 막막한
서로에게는 불필요한 것이어서
뻔한 일상을 피하며
편한 만남을 갖고 있던 터였다.
 
무대 위에서 다음 개인기를 고민하며
그는 괜히 대꾸를 놨다.
'누나 저를 업을 수 있어야 힘이 센 거예요'
'왜 업어야 하는데?'
'뒤에서 누가 덮치면 엎어치기로 벗어날 수 있거든요'
그는 상상 속의 치한을 엎어치기 하고는
도망치는 시늉을 했다.
'그래? 너 정도는 업을 수 있을 거 같은데'
관객석에서 심사위원처럼 지켜보던 누나가
팔짱을 풀고는 이리 오라고 손짓을 했다.
 
그 다음은
리디가 얘기한 대로 심장과 심장이
가깝게
모스 부호를 주고 받으며
우리가 이렇게 자주 만나는 이유보다
그 기분을 얘기하는 시간이 길었지요.
 
하지만 지금은 아라엄마에게 저는
업어주기보다 엎어치고 싶은
능글능글한 남편이 되어 있어요.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에
오늘도 분발하려고요~^^
 
*신청곡은 mamas & papas의 'California Dreaming'